[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스마트공장은 이제 제품을 단순히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최적화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 디지털트윈 기술은 산업용 IoT, 표준 커넥티비티, 클라우드, 엣지 컴퓨팅, 그리고 AI가 결합하면서 운영 중심의 연결형트윈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height="360" loading="lazy
최근 디지털트윈 기술은 산업용 IoT, 표준 커넥티비티, 클라우드, 엣지 컴퓨팅, 그리고 AI가 결합하면서 운영 중심의 연결형트윈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선 기술이 바로 디지털트윈이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설비와 공정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 놓는 기술이다.

단순히 3차원 모델을 만들어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공장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어 가상에서 먼저 시험해 보고, 그 결과를 다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연결형 운영체계로의 진화

초기 디지털트윈은 CAD/CAE 기반 설계 검증과 시연 중심의 ‘보여주는 3D’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용 IoT, 표준 커넥티비티, 클라우드, 엣지 컴퓨팅, 그리고 AI가 결합하면서 운영 중심의 연결형트윈으로 발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센서·PLC·MES·SCADA 등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표준화해 가상 모델에 실시간 반영하고, 그 결과를 운영에 다시 적용하는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공장 착공 전부터 가상 공장으로 레이아웃·동선·충돌·병목을 사전 검증하고, 가동 이후에는 실제 데이터를 흡수해 모델을 상시 보정하는 ‘운영 중심의 디지털트윈’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멘스는 산업 AI·디지털트윈·엣지를 통합한 혁신 로드맵을 공개하며 제조 운영의 지능화를 강조했고, 엔비디아는 OpenUSD 기반 Omniverse 블루프린트로 공장·로봇의 물리정확 시뮬레이션을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트윈 투자 사이클 본격화, 향후 5년 ‘가파른 확장’ 전망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은 수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고성장 국면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트윈 시장은 2025년 211억 달러에서 2030년 1,49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다른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는 2024년 249.7억 달러에서 2030년 1,558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5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공통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디지털트윈이 설계·운영·서비스 전 과정을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계로 자리잡으면서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트윈 확산의 핵심은 상호운용성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이 바로 OPC UA(Open Platform Communications Unified Architecture)다. [사진=gettyimage]" height="337" loading="lazy
디지털트윈 확산의 핵심은 상호운용성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이 바로 OPC UA(Open Platform Communications Unified Architecture)다. [사진=gettyimage]

드러나는 OPC UA의 존재감

디지털트윈 확산의 핵심은 상호운용성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이 바로 OPC UA(Open Platform Communications Unified Architecture)다.

OPC UA는 기계와 설비가 서로 다른 제조사 제품이라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국제 표준 통신 규격이다.

쉽게 말해 공장의 기계들이 각자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OPC UA라는 공용어를 통해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덕분에 특정 벤더 장비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설비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수 있으며, 디지털트윈이 공장 전체를 아우르며 동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 단순히 수치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기계산업협회(VDMA)는 OPC UA를 “글로벌 생산의 공용어”라고 평가했다.

OPC UA는 단순한 통신을 넘어 데이터의 의미까지 공유하는 정보모델을 제공해, 서로 다른 설비와 시스템 간에도 데이터 해석의 일관성을 보장한다.

한국 제조의 현실, ‘작게 시작해 확실히 확장’

국내 제조기업들은 디지털트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진행한 시장조사에서는 여전히 현실적 제약이 확인됐다.

응답 기업 다수가 디지털트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비용 부담, 전문 인력 부족, 기술의 복잡성이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한 번에 큰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신 “라인 단위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점차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작게 시작해 확실히 성과를 내고, 그 결과를 근거로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공장 착공 전부터 가상 공장으로 레이아웃·동선·충돌·병목을 사전 검증하고, 가동 이후에는 실제 데이터를 흡수해 모델을 상시 보정하는 ‘운영 중심의 디지털트윈’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height="337" loading="lazy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공장 착공 전부터 가상 공장으로 레이아웃·동선·충돌·병목을 사전 검증하고, 가동 이후에는 실제 데이터를 흡수해 모델을 상시 보정하는 ‘운영 중심의 디지털트윈’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인터뷰 인사이트 ①] 딥파인, XR로 낮추는 진입장벽

딥파인(DEEP.FINE)은 스마트폰·스마트글래스만으로 공간을 스캔하고, 시각 위치추정(VPS) 위에 작업 지시·검증을 AR로 얹는 XR형 디지털트윈을 제안한다.

복잡한 3D 모델링·고가 장비 없이도 공정 단위 트윈을 빠르게 띄우는 경량·신속 구축이 특징이다. 실제 물류창고에서 도입된 사례에서는 피킹 시간이 2분 30초에서 11초로 줄었다.

복잡한 3D 모델링이나 고가의 장비가 없어도 빠르게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수 있어, 초기 투자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딥파인 김현배 대표는 “전문가 의존도를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트윈 솔루션 도입 첫걸음의 허들을 낮추는 접근으로 중소 제조·물류 현장에 현실적 해법을 제시한다.

[인터뷰 인사이트 ②] 유비씨, OPC UA로 엮는 엔드투엔드

유비씨(UVC)의 ‘OCTOPUS’는 OPC UA 기반으로 설비·로봇·AGV·AMR과 MES·WMS를 엔드투엔드로 연결한다.

착공 전에는 고속 시뮬레이션으로 레이아웃·충돌·병목을 선제 검증하고, 가동 이후에는 생산·물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운영 최적화의 피드백 루프를 돈다.

조규종 대표는 “착공 전에 고속 시뮬레이션으로 병목과 충돌을 미리 검증할 수 있고, 운영 중에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제조 환경에 맞춘 UI/UX와 모듈형 구조로 공정·라인 단위에서 시작해 공장 단위로 확장하기가 수월하다. 모듈형 구조가 필요한 부분부터 도입해 점차 확장할 수 있게 한다.

‘한 번에 큰 시스템’보다는 ‘작게 시작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한국 제조업 현실에 맞춘 전략으로 평가된다.

[인터뷰 인사이트 ③] 비전스페이스, AI 자동생성으로 시간을 단축

비전스페이스(VISIONSPACE)는 라이브러리와 생성형 AI를 활용해 디지털트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원석 대표는 “수천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하루 만에 기본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설계 정보가 부족해도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거쳐 설계 검토 기간을 수개월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프롬프트 기반 모델 구성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디지털트윈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기능도 시험 중이다. ‘대화로 트윈을 만드는 경험’이라는 설명처럼,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쪽으로 발전 방향을 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그리는 ‘산업 메타버스’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트윈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멘스는 소프트웨어·자동화·AI를 통합한 전략으로 디지털트윈·산업 AI·엣지/클라우드의 일체화를 가속하며,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산업 메타버스’ 구상을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는 Omniverse 블루프린트로 공장·로봇·사람을 아우르는 물리정확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며, 협력사를 통해 이를 보급형 레퍼런스로 확장하고 있다.

PTC 역시 PLM(제품수명주기관리)과 IoT 플랫폼을 결합해 디지털트윈 기반 운영 최적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다쏘시스템은 3DEXPERIENCE 플랫폼을 통해 항공·자동차·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트윈을 확산시키고 있다.

소비자 메타버스가 주춤하는 사이 제조업에서 산업 메타버스는 실제 운영비용 절감, 리드타임 단축, 품질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실제 BMW 그룹은 신규 공장을 짓기 전 엔비디아 Omniverse 기반의 가상 공장을 먼저 구축해 공정과 레이아웃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실제 현장에 반영하고 있다.

데이터와 조직 역량이 열쇠

전문가들은 디지털트윈 확산의 가장 큰 난제를 기술 그 자체보다는 데이터와 조직 역량에서 찾는다. 실제 설비 태그와 품질 변수를 정리한 정보모델이 없다면 설비별 데이터가 제각각이라 서로 연결되지 못한다.

또 데이터 버전과 권한을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없으면, ‘어느 값이 최신이고, 누가 책임을 지는가’조차 불분명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트윈을 구축해도 데이터 표준과 관리 체계가 없으면 금세 사일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 측면에서도 과제가 크다. 운영(OT)과 IT 부서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효과적인 디지털트윈을 만들기 어렵다.

실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OT와 IT가 함께 일하는 합류팀(CoE: Center of Excellence)을 두어 작은 성과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내재화를 촉진하고 있다.

초기부터 OEE(종합설비효율), 불량률, 정지시간, 에너지와 같은 운영 지표를 KPI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표 없는 디지털트윈은 보여주기 데모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 디지털트윈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작은 파일럿에서라도 숫자로 증명한다면 확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height="400" loading="lazy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 디지털트윈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작은 파일럿에서라도 숫자로 증명한다면 확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중소제조를 위한 실행 로드맵

사실 중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실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계적 도입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첫 단계는 라인이나 셀 단위에서 경량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병목과 사이클타임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성과 확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인 단위에서 사이클타임을 10%만 줄여도 ROI 근거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는 연결형 디지털트윈이다.

OPC UA와 API를 활용해 MES·SCADA와 연동하고, 실시간 대시보드·상태 예측·이상 알림을 구현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한 가시화에서 벗어나 운영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AI 기반의 폐루프 최적화다. 디지털트윈이 단순히 예측에 그치지 않고, 현장 제어에 직접 개입해 공정 조건을 스스로 조정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이 온도 조건에서는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디지털트윈의 분석 결과가 현장 제어 시스템으로 곧바로 내려가, 자동으로 온도를 조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장-가상-현장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최적화가 반복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요한 것은 멋진 3D 화면이 아니라 숫자”라고 강조한다.

즉 가동률 향상, 불량률 감소, 에너지 절감 같은 실제 성과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디지털트윈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작게 시작해 확실한 성과 내야”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트윈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본지의 시장조사에서 확인된 검토율 60%는 분명한 신호다.

단순히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도입을 위한 구체적 검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는 파일럿을 실행으로 옮길 차례”라고 말했다.

XR 기반의 경량 구축, OPC UA를 통한 표준 연결, 생성형 AI와 시뮬레이션 자동화 같은 기술들은 이미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중요한 것은 거시적인 선언이 아니라 작게 시작해 확실히 성과를 내는 실행력이다.

작은 성공을 반복적으로 쌓아가면 디지털트윈은 단순한 ‘화려한 3D 화면’이 아니라, 공정 효율을 끌어올리고 품질을 안정화하는 운영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 디지털트윈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작은 파일럿에서라도 숫자로 증명한다면 확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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