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산업용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시장에서 ‘기술 내재화’는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다.
특히 진단 정확도와 실시간성, 시스템 통합 범위가 복잡하게 얽힌 제조 현장에서는, 센서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AI 모델링, 경보 및 조치까지 하나의 체계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가 실효성을 가른다.
전자문서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이파피루스는 ‘모터센스(MotorSense)’라는 독자 플랫폼을 통해 이 구조를 완성해가고 있다.
모터센스는 회전체 설비의 진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AI 기반 고장 예측과 조치 가이드를 함께 제공하는 예지보전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단순한 센서 제품이 아니라, ‘센싱-분석-판단-알림-연동’까지 전체 과정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One-Stop 구조로 자체 개발된 상용 플랫폼이다.
모터센스 사업부 윤일근 부서장은 “정확도, 사용성, 확장성 세 가지 기술적 강점을 중심으로, 단순한 분석 도구가 아닌 ‘정비 전략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문서에서 제조로… “머리는 있었지만 손발이 없었다”
2003년 설립된 이파피루스는 전자문서 솔루션으로 출발한 IT 기반 기업이다.
그러다 2017년, 제조 산업의 데이터 분석 수요 증가와 함께 AI 기반 신규 사업을 구상하며, 회전체 설비 진단이라는 도전 과제에 착수했다.
당시에 가장 먼저 직면한 현실은 “머리(AI)는 있었지만 손발(센서)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윤일근 부서장은 당시 AI 개발자로 입사해 초기 3인 개발팀의 일원으로 고장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모터센스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
윤 부서장은 “당진에 있는 테스트베드를 주 3~4회 오가며 수백 건의 실제 고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며, “처음에는 진동이 이상하다는 고객 현장 말 한 마디에서 시작해,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직접 설비를 뜯어보며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저전력센서 + 자동학습AI + 통합 연동
모터센스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분석 모델까지 모두 독자 설계됐다. 핵심 구성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Raw 진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무선 센서’다. 와이파이(Wi-Fi) 기반 무선 센서를 채택해 별도의 게이트웨이 없이 설치가 가능하며, 저전력 설계로 평균 2년 이상 배터리 교체 없이 운용된다.
이는 대부분의 PdM 센서가 Bluetooth, LoRa 등 저전력 통신을 사용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둘째는 ‘자동 학습 기반 AI 분석’이다. 센서 설치 후 약 1~2주간 초기 데이터를 수집하면, 복잡한 설정 없이 자동으로 머신러닝 모델이 생성된다.
이후 고장이 감지되면 고장 유형과 함께 조치 가이드가 SMS, 이메일 등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룰 기반이 아닌 학습 기반 알고리즘으로, 현장 조건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세 번째는 ‘REST API 및 PLC 연동 기반 통합 구조’다. MES, CMMS, SCADA 등 다양한 시스템과 통합이 가능하며, REST API와 PLC 연동을 기본 지원한다. 실질적인 ‘설비군 확장성과 운영 편의성’이 높은 점도 특징이다.

[사진=이파피루스]
모터센스, 정확도·사용성·확장성 모두 압도적
윤일근 부서장은 “모터센스의 기술적 강점은 정확도·사용성·확장성 세 가지 모두에서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정확도는 ‘Raw 진동 데이터(waveform)’를 기반으로 주파수, ORBIT, 노이즈, 패턴 등을 직접 정밀하게 분석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고도화된 필터링과 세부 패턴 분석을 진행하기 때문에 타사의 솔루션보다 이상 징후 탐지의 정확도가 높다.
사용성은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GUI 기반 설정과 자동 학습 구조, 알림 방식, 배터리 수명 등은 실제 유지보수 엔지니어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확장성은 Wi-Fi 통신 기반 구조와 API 기반 상위 연동을 통해 구축됐으며, 게이트웨이 없이 빠른 설치와 다양한 설비군 적용이 가능하다.
진짜 고장을 ‘미리’ 잡는다
모터센스는 국내 주요 자동차, 전자, 제철, 식음료 업계에 도입돼 다양한 회전체 설비에 적용되고 있다.
설비 유형은 펌프, 감속기, 팬, 베어링 구동부, 벨트 풀리 등이며, 주요 고장 패턴으로는 베어링 파손, 풀리 마모, 샤프트 오정렬, 지지대 파손 등이 보고됐다.
특히 식품업계처럼 고온·고습·밀폐 환경에서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센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원격으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알림을 전송해 현장 만족도가 높다.
윤 부서장은 “경쟁사 제품을 쓰다가 교체한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으며, 초기 POC 이후 공장 전체로 확대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현재 모터센스의 판매 비중은 무선이 약 90%, 유선이 10%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신규 설비 구축 현장이나, 기계에 내장 형태로 번들링할 경우 유선 센서에 대한 수요도 발생하고 있다.
윤 부서장은 “무선이 설치 편의성에서는 유리하지만, 실시간성과 다채널 확장성 측면에서는 유선 제품도 필요하다”며, “유선 제품군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도 파트너 확보, SaaS 개발 완료
이파피루스는 현재 미국과 인도에 현지 파트너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의 해외공장(베트남, 동유럽 등)을 대상으로 모터센스를 공급하고 있다. SaaS 형태의 제품 개발도 선제적으로 완료했다.
폐쇄망이 일반적인 국내 환경과 달리, 클라우드 기반 통합 분석이 가능한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윤 부서장은 “국내는 온프레미스 중심이고 예산도 보수적인 반면, 해외는 생산성 중심의 ROI 사고가 강해 도입이 빠르다”며 “클라우드형 모터센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SaaS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지금의 진동 분석 솔루션에서 멈추지 않는다. 향후에는 전류 기반 센서와 다채널 분석 시스템을 통해 고장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설비 단위에서 정비 일정 자동 추천, 자산 최적화, 고장 패턴 학습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UI/UX 고도화, LLM 기반 정비 상담 시스템, 사용자 맞춤 알림 구조 등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지능형 정비 어시스턴트’로 진화시킨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윤 부서장은 “PdM은 기술보다도 도입과 운영이 쉽고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비 자동화 생태계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윤일근 부서장과의 주요 일문일답.
센서를 직접 개발하게 된 이유는?
제조 현장에서 예지보전을 구현하려고 보니 데이터를 측정할 센서가 없었다. 상용 센서들은 예지보전에 필요한 진동 파형(Raw data) 수집이 어렵거나, 전송 대역폭과 실시간성 면에서 부족했다. 센서를 ‘손발’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개발하게 됐고, 2017년부터 시제품 테스트를 시작해 지금의 형태까지 오게 됐다. 이에 Wi-Fi 기반의 저전력 센서를 직접 개발했고, 배터리 수명을 2년 이상 확보하면서도 고속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구조를 구현했다.
제품을 도입한 고객들의 반응은?
초기에 다른 솔루션을 쓰다가 교체하신 분들이 많고, POC 후 공장 전체로 확대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식품·자동차·전자 업종에서 반응이 좋고, 고온·밀폐 구간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국내 예지보전 시장의 도입 장벽은?
ROI를 입증하기 어렵고, 기존에 없던 항목이기 때문에 ‘왜 이걸 써야 하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 경우가 많다. 기술보다 현장 설득이 더 어렵고, 개념 검증(PoC)을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전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미국과 인도에 파트너사가 있고, 국내 대기업의 해외공장(베트남, 동유럽 등)에 납품도 진행 중이다. SaaS형 솔루션도 개발을 완료했다. 해외는 클라우드 기반 도입이 빨라서 더 적합한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기술 확장 로드맵이 있다면?
진동뿐 아니라 전류 기반 센서도 준비 중이고, 향후에는 다채널 통합 분석, 정비 일정 자동 추천, LLM 기반 정비 상담 시스템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지능형 정비 자동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