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박현우 기자] ‘피지컬AI(Physical AI)’가 제조업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7일 한국무역협회(KITA)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가 주최한 ‘2026 AX 이니셔티브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이 피지컬AI 전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데이터 주권·현실과의 갭·중소기업 지원 등 과제도 동시에 제기됐다.
‘피지컬AI(Physical AI)가 가속하는 스마트 제조 혁신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기업·기관 관계자 450여명이 참석해 △기술 트렌드 △산업 적용 전략 △정책 방향 △현장 실증사례 등을 공유했다.
KAIST 제조 피지컬AI 장영재 연구소장은 기조연설에서 “2017년부터 연구해온 ‘공장을 모사한 가상환경에서 학습하고 이를 하드웨어에 전이하는 방식’이 최근 엔비디아에 의해 ‘피지컬AI’로 정의됐다”며, “제조업에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가상환경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적해를 찾아가는 강화학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과거에는 성능과 기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하드웨어를 바꿔야 했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하고 그 밑에 하드웨어를 붙이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개념이 필요하다”며, “10년간 학계의 조롱거리였던 이 개념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기업이 현대자동차”라고 밝혔다.
실제로 KAIST는 현대차와 함께 1000대 이상의 로봇이 운영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으며, AI가 3시간 만에 공장 설계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또 장 교수는 “중소기업을 위한 ‘물류 AI 공장장’ 솔루션을 내년부터 클라우드로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한국의 AI, IT, 로봇 기술 기업들이 연합해 해외 공장을 구축하고 운영 컨설팅을 제공하면 새로운 수출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은 경희대학교 김태경 교수가 ‘2026 디지털 비즈니스 트렌드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 기업들의 무분별한 AI 투자 확대가 나중에 많은 비용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AI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투명성, 책임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또 거대 AI 투자가 진입장벽이 돼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AI 투자 지원과 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와 산업계의 시각 차이도 언급하며 “학자들은 기술 진보에 관심을 갖지만, 산업계는 이미 AI를 값싸고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투자 방향과 법제도 개선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1년 뒤에는 AI라는 용어조차 당연히 받아들여져 화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피지컬AI가 생존과 번영의 기회를 주는 동시에 위협과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학교 이영환 센터장은 ‘한국형 피지컬AI 생태계 조성 방안과 현장 목소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제조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를 소비자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소프트웨어와 AI 형태로 자동차에 구현되는 시대에 운전자 데이터까지 제조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환 센터장은 테슬라가 현대차보다 자동차 한 대당 10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이유를 ‘무한 생산에도 제조 단가가 들지 않는 소프트웨어’에서 찾았다.
이 센터장은 “샤오미가 전기차를 만드는 것처럼 제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아이디어와 전략만 있으면 핸드폰 만들다가 자동차를, 자동차 만들다가 냉장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또 파나시아가 선박 근로자 안전을 위한 AI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장한 사례 등을 소개하며, 혁신 기업의 공통점은 대표이사가 전 직원에게 AI 아이디어 현상금을 걸면서까지 도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라며, “조직의 고민을 챗GPT와 격렬하게 토론하면서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피지컬AI가 해결해야 할 불확실성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LG CNS 주민식 소장은 ‘Agentic AI 자율성의 진화와 Physical AI의 초입에서의 제조지능화 사례와 한계의 이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온도 예측에서 외벽에 가까울수록 AI 예측 오류가 15.6%까지 발생하고, 27도 한계 온도를 넘기면 패널티를 물어야 해서 결국 과냉각시켜 비용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또 주 소장은 물류 로봇 스케줄링에서도 “정적인 문제는 학습만 시키면 94% 성능을 달성하지만, 로봇이 왔다갔다하는 동적 문제는 아무리 학습해도 잘 안 되고 시뮬레이터와 실제 환경의 차이로 많은 연구가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실적 한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1시간 학습만으로 택배 분류 같은 간단한 작업은 가능하지만, 물병이 세워진 것만 학습한 로봇은 물병이 누워있거나 옆에 있으면 집지 못한다”며, “경영진이 기대하는 눈높이와 실제 로봇 능력의 차이가 크고, 다양한 상황을 일일이 학습시켜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테슬라가 키 180cm 정도 스펙의 사람 수십 명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처럼 데이터 수집이 매우 힘들다”며, “중국처럼 수백 명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따라하기보다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스마트팩토리 환경과 높은 로봇 밀집도를 활용해 제조 데이터 특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이 잘하는 조립 공정을 모션 캡처 기술로 학습한 모델이 결국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