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박현우 기자] 산업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 실현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도입,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를 기반으로 한 이차전지 산업의 확장은 이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성장 동력이자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응해 5일부터 7일까지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탄소중립산업포럼(Carbon Neutral Industry Forum)’이 개최됐다.
1일차 포럼은 ‘배터리 아시아 서밋(Battery Asia Summit)’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강연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김미성 본부장이 ‘ESS 온실가스 저감 국제표준화 동향과 탄소배출권 시장 대응과 전략’을 주제로 진행했다.
김 본부장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효과와 국제 표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전력이 2017년까지 설치한 376MW급 주파수 조정용 ESS가 연간 약 7742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하며, “기존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는 ESS가 연 1~2회 가동만으로도 큰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전력 에너지원 구성에 따라 ESS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주파수 조정용 ESS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국제사회에 제시했을 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이 가장 반대했다”며, “국가별 에너지 믹스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가정용 태양광과 ESS를 연계해 도쿄 지역에서 3%, 큐슈 지역에서 3.3%의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ESS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국제표준(IS) 또는 기술사양(TS)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까지 입증된 한국의 재생에너지-ESS 시스템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용도별 기술 원리 파악과 국가별 온실가스 산정 공식 및 경제성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정두 수석연구원은 ‘K-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터리산업 전망과 사업 전략’으로 두 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이정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배터리 기술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를 강조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비중을 80%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우치 중심이던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중국이 주도하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로 인산철 배터리도 자동차용으로 사용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1메가와트(1000kW)급 초급속 충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5~9분대 충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화재 사고로 부각된 열폭주 문제 해결을 위해 액침 냉각 기술과 반고체 배터리 개발이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차세대 배터리 R&D 강화, 직접 세제 지원, 충청권-호남권-영남권을 연결하는 ‘배터리 삼각벨트’ 구축 등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송배전망 구축과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서해안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구축될 ‘에너지 고속도로’가 재생에너지와 ESS를 연계해 전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튬 가격이 최고점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후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다”며, “배터리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송준호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차세대 배터리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신 기술동향과 발전 전략’ 강연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의 현실적 전망과 친환경 배터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2027-2030년 사이 전고체 배터리가 수십억원대 슈퍼카에 시범 적용될 수는 있지만, 현재 단가가 10-100배 수준이어서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게임체인저가 아니라 극한환경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제조 시 1kWh당 약 10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EU가 2027년부터 탄소배출량 제한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미래에는 냉장고 에너지효율등급처럼 배터리 탄소배출량이 표시돼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고성능·지능형·친환경 3대 축을 제시했다.
송 센터장은 “지난 30년간 배터리 에너지밀도가 4배 증가했지만 향후 30년은 최대 50% 향상에 그칠 것”이라며, “성능 향상보다는 AI를 활용한 배터리 상태 관리 시스템과 건식공정을 통한 탄소배출 50% 감축 등 질적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과거 30-40% 고성장에서 현재 10%대 중성장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양적 경쟁보다 질적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배터리의 미국 진출이 차단된다면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으로 스누아이랩 유영준 연구소장은 ‘AI 기반 이차전지 제조 및 검사기술의 최신 개발방향과 적용 방안' 강연에서 배터리 검사에 AI를 적용할 때의 현실적 어려움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유 소장은 “배터리 제조 현장에서는 정상 데이터만 확보 가능하고 불량 데이터가 극히 적어, OpenAI 등의 최신 모델을 활용해 정상 데이터만으로 이상 탐지를 수행해야 한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검수자마다 기준이 달라 월요일에는 정상, 화요일에는 불량으로 판정하는 일관성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계 데이터셋에서는 90% 이상의 성능을 보이지만 실제 대규모 현장 데이터에서는 70%까지 떨어지는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해결 방안으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데이터 증강, 2D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3D 레이저 센서 정보 활용, 딥러닝과 기존 룰 베이스 비전 기술의 하이브리드 접근을 제시했다.
유 소장은 “딥러닝 모델이 풀어야 할 문제의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 그 부분만 통계 기반으로 해결하는 것이 데이터가 부족한 현실에서 유효한 전략”이라며,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약 100장 정도의 데이터로도 어느 정도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함 검사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미지 복원 분야는 가벼운 AI 모델로도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어 더 빠르게 시장에 접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입자분석연구소 고용규 수석연구원은 ’자동화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차세대 배터리 분석기술과 활용 방안‘ 강연에서 AI 기반 전자현미경 자동화 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소개했다.
고 수석연구원은 “크랙 비율 측정, 캐소드-애노드 밀도 분석, 바인더 분포 등을 AI가 자동으로 색상별로 시각화해 정량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거리를 측정하던 작업이 완전 자동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충방전 횟수에 따른 전도도 변화를 이미징으로 매핑하거나, 나노 프로브를 이용해 원하는 위치의 전도도를 선택적으로 측정하는 등 전자현미경으로만 가능한 고유한 분석 기능들이 구현됐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배터리 분석 기술로는 고체 전해질 배터리를 위한 글로브박스 내장 시스템과 유기물-무기물 통합 분석을 제시했다.
고 수석연구원은 “고체 전해질 배터리는 대기 노출 시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해 글로브박스 안에 데스크톱 전자현미경을 설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FTIR과 라만 분광법 데이터를 전자현미경과 통합해 바인더나 분리막 같은 유기물과 무기물의 분포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버튼 한 번으로 자동 포커싱부터 원하는 배율 촬영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됐고, 기업들은 로봇 팔까지 도입해 완전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전 컨벤션센터에 위치한 분석센터에서 이러한 첨단 장비를 활용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강연은 ‘배터리 열안정성과 수명예측을 위한 열분석 기술과 BCMS 활용 전략’을 주제로 티에이인스트루먼츠 김영민 부장이 진행했다.
김 부장은 미세 열량계를 활용한 배터리 수명 평가 혁신을 소개했다.
김 부장은 “기존에 3개월 걸리던 배터리 안정성 평가를 BCMS(Battery Cycler Microcalorimeter Solution)를 활용하면 2~3일 만에 완료할 수 있다”며, “첨가제 유무에 따른 기생반응과 부반응을 나노와트에서 마이크로와트 수준의 미세 열량으로 측정해 조기에 불량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2V에서 4.25V로 0.05V만 올려도 셀 내부 망가짐이 시작되는 것을 열 흐름 패턴으로 즉시 파악할 수 있으며, 4도, 25도, 60도 등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배터리 효율을 평가해 지역별 기후 특성에 맞는 배터리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조 공정 최적화 기술로는 레오미터를 활용한 슬러리 점도 관리와 열전도도 측정 장비를 제시했다.
김 부장은 “슬러리의 점도가 너무 무르면 흘러내리고 너무 뻑뻑하면 응집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레오미터로 저장-믹싱-코팅 각 단계별 최적 점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파우더 액세서리를 통해 응집력과 유동성을 정량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터리 팩의 열관리를 위한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 소재 평가와 습식에서 건식 공정으로 전환하는 최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파우더 특성 분석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건식 공정이 용매 제거 단계를 생략해 비용을 절감하고 압축을 통해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올해 16회째를 맞이한 국내 최대 태양광 전시회인 ‘솔라아시아(Solar Asia) 2025’ 및 ‘배터리아시아쇼(Battery Asia Show) 2025’와 동시에 개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