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AI가 제조 현장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스스로 최적화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UNIST에서 출발한 제조 AI 전문기업 인터엑스(INTERX, 대표 박정윤)는 자율제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제조 현장의 다양한 공정 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Recipe AI’, 현장의 운영을 AI가 주도하는 ‘Agentic AI’, 그리고 상호운용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SDF(Software Defined Factory)’ 아키텍처까지. 인터엑스는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공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제조의 현실화를 이끌고 있다.
인터엑스 박정윤 대표는 “자율제조는 단순한 자동화의 확장이 아니라, 공장 전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제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해법으로 AI를 제시했다.
창업 배경, 제조업에 AI를 더한 이유
인터엑스는 2015년 UNIST 연구소를 중심으로 창업한 제조 AI 전문기업이다. 당시 스타트업 생태계는 핀테크, 바이오, 헬스케어에 집중돼 있었지만, 박 대표는 제조업에서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그는 “울산은 공장이 많은 지역이고, 제조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가 많은 분야였다”며, “국내는 물론, 독일·일본·미국 등 제조 강국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기에 이 시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제조업은 AI 스타트업들의 주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인터엑스는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에 AI를 접목하면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보고, 기술 개발뿐 아니라 사업화 전략과 고객 접점 확보에 초기부터 집중했다.
특히 다른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투자 유치에 나서던 시기, 인터엑스는 자금을 끌어올 때가 아니라, 현장을 다져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투자보다 고객 확보와 실증 사례 축적에 전념하는 차별화된 선택을 했다.
그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에만 몰입하면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며, “고민할 시간에 공장에 가서 고객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초기 고객들이 ‘우리 공장 열어줄 테니 와서 해보라’고 손을 내밀었고, 그렇게 하나둘씩 확보된 현장 레퍼런스와 실증 기반은 인터엑스를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했다.
이러한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흔들렸던 코로나 시기에도 인터엑스는 기존에 쌓아둔 고객 기반과 산업 현장과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오히려 이 시기를 기회 삼아 빠른 성장세를 구가했다.
그는 “초기에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결국은 우리가 옳은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과 사업화, 현장 이해를 함께 키워나간 것이 인터엑스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AI 자율 공장, 핵심은 ‘24시간 가동’
인터엑스의 자율제조 전략은 단순히 인력을 줄이자는 접근이 아니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공장 설비는 하루 24시간 중 절반도 가동되지 않는다”며, 설비 활용률을 AI로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기계 운용 판단까지 AI가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사출 공정에서는 작업자의 경험에 기반한 세팅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인터엑스는 ‘Recipe.AI’라는 이름으로 자동화한다.
품질 변화에 대응하는 ‘Quality.AI’, 장비 상태를 예측하는 ‘PHM AI’, 설비 조건 최적화를 위한 ‘Machine.DX’ 등 현장 용어에 기반한 명확한 기능 구분도 인터엑스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솔루션은 단일 장비가 아닌 공장 전체, 나아가 IT 시스템까지 연결된 통합 구조로 확장된다.
그는 “자율제조는 OT단의 기계뿐만 아니라 MES, ERP 등 IT 시스템과도 실시간으로 연동돼야 진정한 24시간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SDF 아키텍처, 제조업의 OS를 구현하다
인터엑스는 자율제조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으로 ‘SDF(Software Defined Factory)’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계에서 자율화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는 구조다.
박 대표는 “지금 공장에 도입되는 AI는 1~2개 모델을 실험적으로 적용해보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제조 현장은 수백 개의 장비, 시스템, 조건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잡한 환경인 만큼, 결국은 수백 개의 AI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율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를 스마트폰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OS 위에 다양한 앱을 설치하듯, 제조 현장에도 일종의 공장용 OS가 있어야 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AI 기능이 필요한 곳에 맞게 설치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DF는 단일 AI 솔루션을 넘어서, 공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이자, 미래형 자율제조 공장의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협업 체계 구축,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AI
인터엑스는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소, 소니(SONY)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소니와 함께 개발한 비전 검사용 임베디드 AI 카메라는 기존 시스템 대비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고가의 GPU 서버가 필요했지만, 카메라 안에 AI 모델을 내장해 PC 없이도 실시간 불량 검출이 가능하다”며, “이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적정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 외에도 일본,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 PoC와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제조 AI 생태계의 리더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제조 AI, 표준화와 신뢰성 확보 필요
현재 제조 분야에서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공장 운영이라는 민감한 환경에서는 신뢰성과 책임 구조,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준비돼야 한다. 그렇다면 AI 자율제조를 선도하는 인터엑스는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AI 모델이 공장 운영을 결정하면, 그 판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며, “산업계에 적용되기 위해선 반드시 신뢰 인증 체계와 법적·표준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엑스는 자사만의 기술 아키텍처뿐 아니라 데이터 표준화, 글로벌 인증 프레임워크 등 제조 AI 표준 정립과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부에 법무팀과 기술 인증 대응 조직을 별도로 구성해, AI 도입과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와 산업계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제조업 자율화를 넘어,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인터엑스는 단순한 솔루션 공급업체를 넘어, 제조업의 지능화 전환을 함께 이끌어가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조업은 이제 AI 없이는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우리가 만든 솔루션이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터엑스는 향후 5년 내 글로벌 전문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술 고도화는 물론, 제조업계와의 협력 생태계 조성을 통해 AI 자율제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다음은 박정윤 대표와의 주요 일문일답.
인터엑스의 실시간 공정 최적화는 어떻게 구현되나?
우리가 방법은 찾은 곳은 항상 현장에서부터였다. 먼저 현장의 OT 전문가분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업하고 판단하는지를 관찰하고, 그 행동 패턴을 AI가 그대로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사출 공정에서는 작업자가 매일 기계 상태, 온도, 습도 등을 고려해 세팅을 바꾸고, 첫 샘플을 보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걸 저희는 ‘Recipe.AI’라고 정의하고 자동화했다. 이후 생산 중 불량이 발생하면 사람은 불량 유형을 보고 세팅을 조금씩 바꾸며 대응하는데, 이런 상황 판단과 개선도 ‘Quality.AI’로 구현했다. 이처럼 기존에 사람이 하던 생산 조건 최적화, 품질 대응, 설비 반응 등을 그대로 분해해 AI 기능으로 이름 붙이고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공정 최적화를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 중 가장 성과가 있었던 사례는?
소니와 함께 만든 임베디드 AI 비전카메라다. 기존에는 수억원씩 하던 검사시스템을 10분의 1 수준 낮췄다. 이것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적정 기술의 좋은 예라고 본다.
자율제조가 국내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나?
생산성과 인력 공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 설비효율도, 인력문제도 해소된다. 국내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AI 도입을 고려하는 중소제조기업에 조언한다면?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내부에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는 구조라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저는 전략 수립, 데이터 이해, 인프라 구축, 모델 개발, 운영 전문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필수로 강조한다. 요소별 조직, 인원이 확보돼야 한다. 이 다섯 개를 갖추거나 연결할 수 있어야 AI를 현장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 AI 도입에 있어 기술뿐만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도 중요하다.
자율제조는 단순한 자동화의 확장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48시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요즘 너무 빨리 달리다 보니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앞으로의 미래의 그림을 좀 정확하고 명확하게 그려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다.
평소 건강관리는?
주중 2~3회는 헬스를 하고 있다. 요즘에는 24시간 하는 곳이 많아 다행스럽다. 주말에는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은?
많은 소통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또 자체적으로 CEO와의 런치 미팅, 타운홀 미팅 등 정기적인 소통도 자주 갖는다. 최대한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업무 외적으로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분야든) 꿈을 가지고 전문가가 되라! 라고 말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 있다면?
생각 안해봤는데(웃음)... 오늘 인터뷰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하고 싶은 책 또는 영화가 있다면?
음... 지금 책상위에 마지막 몰입이라는 책이 있고, 제로투원이라는 책도 있다. 지금 시점이 새로운 빅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시점인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