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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베드 없는 스마트팩토리? 빈껍데기와 다름없다
모델팩토리 과제 5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용주 연구원의 분투기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모델팩토리’라고 하는 개념이 있다. 다소 생소한 말이라면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을 개발함에 있어서 테스트베드는 필수요소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부르짖는 제조업 분야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한국에는 대표적인 테스트베드가 여러 곳 위치해 있다. 안산의 SMIC(스마트제조혁신센터) 데모공장과 울산의 시제품 개발 테스트베드, 그리고 경북 하양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모델팩토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들은 3~5년 가까이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기반도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짓기를 시작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스마트팩토리의 테스트베드(이하 테스트베드는 ‘모델팩토리’라는 용어로 통일) 사업의 현재는 어떤 상태일까? 오랫동안 모델팩토리를 고민해왔던 생기원 조용주 수석연구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용주 수석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팩토리의 초창기부터 다양한 테스트베드(모델팩토리) 구축과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연구를 해온 전문가 중 하나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정밀모터 및 금형 등 스마트팩토리 데모공장 구축

조용주 연구원과는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애초 하양에 있는 생기원의 모델팩토리 현장을 보면서 이야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답사는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처음 모델팩토리가 논의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하 미래부)를 통해서였다. 당시 조 연구원은 포스텍 김덕영 교수와 함께 CSF(Connected Smart Factory)라는 이름으로 4차 산업혁명기술인 IoT, 5G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모델팩토리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당초 전국에 3개의 모델팩토리를 구축하려는 계획은 2개의 모델팩토리로 축소됐으며, 초연결의 개념보다는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으로 변경됐다. 또한, 조 연구원과 김 교수는 이러한 테스트베드 구축 수립과 동시에 독일 및 EU와의 협력을 위해 제조혁신 포럼을 진행했다. 특히, 2014년 한-독 포럼에서 Industry 4.0의 책임자이자 스마트팩토리의 대가로 알려진 데틀레프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석학을 초대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었다.

조 연구원은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의 생산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수직적 통합’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시작으로 하는 제품개발 가치사슬(value chain) 기반의 ‘수평적 통합’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직적 통합’은 센서/디바이스, MES, ERP와 물류 등 생산시스템의 통합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생산의 효율화를 위해 제품이 생산되는 다양한 설비에서 센서 및 디바이스를 통해 신호를 획득하고, PLC 및 HMI 등의 제어기술로 설비를 제어한다. 또한, MES와 WMS를 거쳐 상단의 ERP까지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여기에 속한다. ‘수평적(가치사슬) 통합’은 제품의 기획부터 각종 설계, 생산, 제품출시에 이르는 과정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공장은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시장조사 및 제품기획 단계, 제품개발 R&D 단계 및 공정설계를 거친 후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스마트팩토리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 [자료=조용주 수석연구원]

이런 개념을 토대로 생기원은 당시 미래부의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정밀모터 조립 생산라인을 연구하기 위한 모델팩토리를 구축했다. 이 모델팩토리에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를 비롯해 UNIST, 전남대, KTL(한국산업기술시험원), MES 기업인 ONS, IoT 기업 HERIT, 그리고 전력 IT솔루션업체 NEOPIS 등이 산학연 협업을 이뤘다. 이들은 이 사업을 통해 △셀룰러 기반 산업용 IoT △가상-현실 제조설비 연동형 CPS시뮬레이션 △이산공정적용 MES △전력설비감시시스템 △빅데이터 △고장진단 및 예지보전 플랫폼 △AR 및 5G △지구자기장 기반 실내 위치추적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생기원 등은 마그네트 및 코일, 베어링 등의 부품을 조립해 총 9종의 정밀모터가 생산 가능한 BLDC 모터조립라인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MES 등 일부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국가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생산라인 중 극히 일부분에 속하는 성과일 뿐이라고 조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당초 테스트베드의 공급기술(H/W, S/W)에 대해 KTL 인증을 받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현 제조 산업에서 이를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공급기업들이 모델팩토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국가인증기관과 함께 공급기술의 적용에 대한 트랙 레코드(운영실적)를 인정해줘야 시너지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공급 산업의 수준이 낮다보니 설비를 활용하려는 수요도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모델팩토리 사업의 모습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독일의 성공을 보면, 한국 모델팩토리의 과제가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스마트팩토리 모델팩토리 사업이 가진 한계점은 무엇일까? 조 연구원은 독일의 모델팩토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봤던 독일의 연구 과정을 회고했다.

조 연구원이 이 모델팩토리를 기획하게 된 것은 2013년도 독일연방인공지능연구소(DFKI) 주관으로 산학연이 참가하는 인더스트리 4.0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나서였다. 당시 DFKI는 다른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데모공장 구축사업을 시행 중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업 중 가장 초기모델이 DKFI ‘리빙랩(Living Lab)’의 샴푸공장이었다. DKFI ‘리빙랩(Living Lab)’은 스마트 제조 연구 성과를 현장에 적용해 실용화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쥴케 교수도 참여했었다. 이 샴푸공장은 조립공정(Discrete)과 연속공정(Continuous)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공정의 모델팩토리였다. 자동화 공정을 통해서 각 색깔별 액체를 샴푸통에 부어서 섞은 뒤(연속공정), 뚜껑과 라벨 등을 샴푸통에 붙이는 과정(조립공정)을 시험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IoT 라벨을 부착해 최종 제품의 이력을 추적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수행한다.

또 하나의 모델팩토리는 2014년부터 진행했던 명함첩 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 공정 개발 사업이었다. 이 데모공장 사업에는 페스토(FESTO)와 렉스로스(Rexroth), HARTING, 시스코, 지멘스 등 굴지의 기업들 10여 개소가 참여해 자사의 기술을 각자 공급해 하나의 제조라인을 구축했다. 독일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기술을 통합하고 인터페이스를 연구한 끝에 스마트팩토리의 표준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독일 내 기업은 물론 IBM을 비롯해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과 기관들 등 46개 업체들도 협업하고 있을 정도로 크게 발전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이 모델팩토리를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은 각 공정의 기술과 기술을 잇는 연결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의 각 기술들은 어느 정도 노력하면 국내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면서도, “그 기술들을 이어줄 수 있는 기술은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며, 이것이 진정한 스마트 제조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독일은 하나의 문제나 프로젝트를 위한 전담 공장과 연구소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특히 조 연구원은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소와 협업을 하고 있었을 때 보았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독일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운호퍼(산업응용기술), 막스플랑크(기초과학기술), 라이프니츠(미래산업기술), 헬름홀츠(대형전략기술)의 4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경우, 생산공정 및 제품개발과 제조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별도의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참여하고 있는 연구소 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모델팩토리를 구축해 자유롭게 문제해결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독일의 모델팩토리의 모습 중 하나 [사진=SmartFactory KL]

독일의 경우, 일반 제조공장부터 플랜트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델팩토리를 구축,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 연구원은 “처음부터 모든 형태의 모델팩토리를 구축할 수는 없겠지만, 제품생산 유형과 사업의 유형을 고려하여 대표적인 모델팩토리의 구축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산업의 구분은 크게 장치(Process) 산업과 조립/이산(Discrete) 산업으로 구분되며, 사업의 유형은 B2B와 B2C로 나눠어져 있다. 여기서 조합을 구성하면 크게 4가지의 대표적인 유형이 나올 수 있는데, 각각 대표할 수 있는 모델팩토리 구축이 필요하다. 적용되는 시스템 또한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이 별도로 개발 및 적용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정밀모터 조립 생산라인의 경우는 B2B이면서 Discrete 형태를 띠고 있다.

조 연구원은 모델팩토리의 또 다른 중요 요소로 운영 방안의 수립을 꼽았다. 조 연구원은 “사실 모델팩토리의 경우, 사업화를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기원 같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구축 및 운영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다행히 생기원이 구축한 모델팩토리의 경우는 2015년부터 ETRI가 주관하는 5G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해 5G 기술의 테스트와 다양한 시나리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팩토리 정상화를 위한 길은 멀고 험난하다.

공정별산업별 모델팩토리 절실… 러닝팩토리 통한 인재양성도 중요

최근 조 연구원은 한국금형산업진흥회가 필두로 진행하고 있는 '금형 제작 가치사슬 혁신 지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약 204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IoT와 빅데이터를 금형 제작공정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산업부와 광주시 업체들의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진흥회는 광주평동산업단지 하이테크금형센터 내의 2,640㎡ 부지에 금형제작 스마트화 모델팩토리와 금형 제작 가치사슬 혁신실증센터를 구축 중에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진흥회는 금형산업의 스마트화를 위한 통합 플랫폼과 표준 프레임웍을 구축하고 있으며, 단 납기와 다품목 금형제작 실현을 위한 기업들 간 초연결 생산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금형 수주 확대를 위해 설계와 가공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빅데이터 시스템도 제작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모덱팩토리 가상공장 프로그램의 한 모습 [사진=조용주 수석연구원]

이처럼 정부의 모델팩토리 구축을 위한 베스트프랙티스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 연구원은 제품개발 전체의 가치사슬과 공급산업 및 수요산업을 포함하는 거시적인 관점의 국가 제조혁신 추진전략과 목표 설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연구원은 ‘스마트팩토리 운영 및 통합기술’과 ‘시장분석 및 기술사업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정부 출연연구소의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 정부 출연연구소의 제조공정 분야의 조직 및 역할과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제조 공정기술 및 운영통합기술과 사업화 관련 연구 분야에는 취약하다”며, “이런 다양한 공정의 모델팩토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산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생기원의 역할에 제조공정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한 례로 조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MES 같은 기술을 단순히 SI(System Integration) 등의 솔루션으로만 취급하지만, 사실 MES는 다양한 공정과 엔지니어링 기술이 담긴 철학적인 시스템”이라며, “독일은 이미 MES를 별도로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조 연구원은 한국에 ‘러닝팩토리(Learning Factory)’를 만들어서 인재양성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러닝팩토리는 독일의 공대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 관련 대학생 인력양성을 위해 운영중인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린 생산과 품질관리, 통계적 공정관리 등 교육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으며, 설비재구성을 통해 공급기술을 검증하는 역할도 맡는다. 한국에도 한국폴리텍 대학교 등 다양한 캠퍼스를 중심으로 러닝팩토리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조 연구원은 “대학교에서 인력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면서 “다양한 공정별, 산업별 모델팩토리와 함께 러닝팩토리도 늘려서 인재를 키워내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관모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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