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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이어 기술전쟁 격화… ‘한국 길들이기’ 압박 가중될 듯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산업통상전략 모색해야 할 시점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미국이 자국 정보 보호라는 미명하에 강행하는 첨단기술 제재로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 절대 우위를 내주지 않기 위해 연합세력을 구축하는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할 여지가 줄어든 우리나라의 대응 모색이 시급하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 절대 우위를 내주지 않기 위해 우군을 포섭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사진=dreamstime]

중국 디지털 기술 옥죄는 미국

최근 산업연구원은 첨단기술 냉전시대의 산업통상전략 동향자료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산업통상전쟁이 장기화 된다는 전제 아래 우리나라는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산업통산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안보, 무역불균형 시정에서 신경전을 벌여 왔던 미국과 중국은 최근에도 남중국해 문제, 대만 홍콩문제, 신장웨이우얼 인권문제, 중국과 인도 접경문제 등에 대해 서로 왈가왈부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순간도 고요할 틈이 없던 미중 신경전이 이제 산업기술 분야로 옮겨진 모양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군사행위, 국가안보, 외교적문제 등 국가 이익에 저해할 우려가 파다한 한 의심 제품에 대해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수출, 재수출행위를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이와 같은 규정을 포석으로 본격 기술전 공세를 하게 된 계기는 화웨이 제재다. BIS는 지난 8월 화웨이 임시허가를 만료시켰고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은 미국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를 10% 이상 사용한 제품을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게 강제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 등 반도체 제조 및 AI 관련 기업들을 향해 매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과 위쳇을 정보통신분야에서 국가안보 및 미국민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45일간 유예기간을 두고 미국 내 사용을 원천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행정명령을 통해 90일 이내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매각 및 퇴진을 강요했다. 

최근 앤비디아가 글로벌 반도체 설계기업 암홀딩스(ARM)을 인수하는 등 중국 반도체 산업을 배제하기 위한 일련의 후속조치도 진행중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따돌릴 우군세력들을 포섭하고 있다. 미국은 청정네트워크 프로그램(Clean Network Program)을 확대하겠다고 전격 제안한 것이다. 영국, 체코, 폴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 라트비아 등 신뢰할 수 있는 5G 인프라 장비만 도입한다는 명목하에 하웨이, ZTE 등을 철저히 배격했다. 미국은 AT&T 및 버라이즌(Verizon)과 스프린트(Sprint), 영국의 오투(O2), 프랑스의 오렌지(Orange), 인도의 지오(Jio), 호주의 텔스트라(Telstra), 일본의 엔티티(NTT) 및 한국의 SKT와 KT 등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청정통신사(Clean Telcos)’로 변모 중임을 강조하며 대열에 합류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디지털 봉쇄 맞불 놓은 중국

당장 중국 국무원은 지난 8월 4일 미국의 화웨이, SMIC 제재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사격에 나섰다. 28nm 이상 공정 도입시 영업 기간 15년 이상인 기업에 최대 10년간 법인세 면제시키는 등 집중적인 지원책과 연구개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자생적인 기숙력 확보와 내수성장에 집중하는 동시에 미국과 같이 우호국들과의 파트너십으로 응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게 된 계기가 됐던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신형인프라, 쌍순환 전략 등을 통해 원천기술 개발, 디지털전환 가속화, 공급망 국산화, 내수시장 확대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플러스, 신형인프라 전략을 통해 5G,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산업경제 정책 주요내용 [자료=산업연구원]

코로나19 이후 시진핑 주석은 쌍순환(이중순환) 전략에 집중해 왔다. 국내 기술력을 제고하고 공급망 국산화 등의 내부 순환과 투자 및 개방 확대를 통해 세계화 일체화의 외부순환을 강조하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리밸런싱 전략이 수출에서 내수로 수요 구조의 변화를 추진했다면 쌍순환 전략은 기술 공급망 등 국내 자립화를 이뤄 해외 의존도를 없앤다는 점에서 다르다. 중간재 수출을 중국에 크게 의존해 왔던 한국에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한편, 중국은 EU, 일본, 한국 등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의 발걸음을 우군세력으로 재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폭넓은 경제무역 교류를 통한 교역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한중일 FTA 타결,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적극 추진하는 등 WTO 등 다자기구를 통한 자국 권리 수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일대일로 연선 국가와 과학기술 연구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 및 표준 네트워크 확산을 위한 다방면의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다. 일대일로 국가들과 5G, 중국판 GPS 베이더우 위성항법 시스템 등 분야에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디지털 실크로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11월 일대일로 국가와 과학기술 협력 기구인 국제과학기수연맹(ANSO)을 출범시켜 중,동부 유럽 16개 국가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통해 IT기술을 이용한 타 국가 개인정보 수집 감시를 수행하면서 미국의 청정네트워크에 대응한다는 복안인데 아직은 구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중국 고립정책에 대한 한국의 동참 요구가 심화될 전망이며, 중국은 최대교역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한국을 미국의 협력체계에서 분리하고자 한반도 안보와 통상측면에서 강온 양면으로 한국 길들이기(bullying)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dreamstime]

우리나라의 기술동맹국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꺼내든 칼에 자칫 해를 입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군사동맹 및 중국과의 최대교역이라는 안보와 산업ㆍ통상 간 이질적인 대외환경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한 나라와 손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국의 입김 갈수록 거세지면 미적댈 수 도 없어 근본적인 대안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청정네트워크, 경제번영네트워크,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대중국 디커플링 등 다양한 중국 고립정책에 한국의 동참 요구가 심화될 전망이며 특히, 중국은 최대교역국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한국을 미국의 협력체계에서 분리하고자 한반도 안보와 통상측면에서 강온 양면으로 한국 길들이기(bullying)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리의 유불리를 셈하기 위해 양국의 기술적 특징만 놓고 평가해 보자면 첨단기술ㆍ신산업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 및 기술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원천기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는 강점이 있고 중국은 체제 유연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응용, 오류 수정하며 상용화 해 볼 수 있는 점에서 돋보인다. 

특히, 반도체ㆍ5G 등 우리가 경쟁우위를 보유한 산업에서는 초격차 전략을 추진하고, 6GㆍAI 등 첨단기술 분야는 원천기술 개발 및 혁신기술 발굴 등을 위한 연구개발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동맹이 거론되면서 우리나라는 중립적 위치 잡을 여지가 적어졌다. 10년 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응용기술 분야를 생각했을때 우리가 어떤 동맹과 궤를 같이 해야 좋을지 판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ㆍ중 간 첨단기술 냉전 시대 소규모 국가의 독자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통신 네트워크 등 데이터 사이언스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외에도 유럽, 캐나다, 일본과 기술표준 분야에서 협력체계 다각화로 위험 분산할 필요가 있다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정훈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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