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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 하려면 제조 생태계부터 이해해라”
"제조용 로봇·AI·5G·3D프린팅 갖추지 못하면 혁신 시작도 못한다"... B2B와 B2C 연계 등 인식 전환 필요해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현재 정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팩토리 3만개 설립을 목표로 많은 기업들에게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 관련 종사자들은 정부의 이런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 업체들과 정부 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수천억 원을 쏟아 붓는 정책이 한낱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주최로 열린 ‘5G 기반의 AI 팩토리 개발과 연계기술 적용방안’ 세미나에서 삼성전기 글로벌기술센터 이용관 수석 연구원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지난 2월 7일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주최로 열린 ‘5G 기반의 AI 팩토리 개발과 연계기술 적용방안’에서 스마트팩토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강연을 듣는 자리가 열렸다. 이날 강연에 나선 연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현장에서 맞부딪혔던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례와 솔루션을 설명하면서 스마트팩토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설파했다. 특히 삼성전기 글로벌기술센터에서 스마트팩토리 관련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는 이용관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팩토리의 본질을 다시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AFTing에 대한 중소기업의 무관심… “이대로는 스마트팩토리 3만 개 어려워”

먼저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이 처한 스마트팩토리의 현실이 무디고 더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삼성전기 이용관 수석은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했던 ‘중소제조업 4차 산업혁명 대응 실태조사’를 소개하면서 “우리는 세계의 변화와 인더스트리 4.0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매우 무딘 상태”라고 말했다.

이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제조업체는 63.7%에 달했으며,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곳도 절반을 넘고 있었다. 게다가 80% 가까이 되는 제조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비롯한 제조현장 개선을 위해 컨설팅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의향을 보인 업체가 무려 75%가 넘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컨설팅이 중소기업의 현실에 걸맞지 않다는 의식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이 수석은 제조용 로봇(Robot)과 AI, 5G(Five G), 3D프린팅(Three D Printing) 등 4가지 주요기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에 집중했다. 중소제조업체들의 70% 이상이 이 주요기술들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도입하거나 이미 도입했다는 답변은 10%를 채 넘지 않고 있었다.

중소제조기업들의 4차산업혁명 주요기술 인식도 [자료=삼성전기 이용관 수석, 중소기업중앙회]

이 수석은 이 4가지 기술의 이니셜을 따서 'RAFTing'이라고 명명하면서, 이런 중소기업들의 태도는 정부정책과의 엇박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은 “중소기업들의 58% 이상이 정부정책이 잘못돼있으며, 중소기업의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며, “제조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에도 정부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12.6%에 불과했다. 정말 혜택을 받고 혁신으로 기회를 얻는 기업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날 세미나 강연에 나섰던 KT IoT/Smart-X개발P-TF 소프트웨어개발단 김진수 팀장도 “정부에서 2023년까지 3만개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 지역의 2019년까지 조사된 스마트팩토리 현황을 보면 MES(제조실행시스템)를 구축한 정도인 기초수준에 불과하다는 응답이 75%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정부 정책이 현장과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기본 설비 부족과 자금 여력의 부족으로 기로에 서있으며,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10년~20년 된 노후화된 장비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이런 기업의 사장들은 스마트팩토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파한다”고 전했다.

현재 독일이 지닌 히든챔피언만 1,30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지멘스나 보쉬, 아디다스, BMW처럼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기업들도 대다수다. [자료=삼성전기 이용관 수석연구원]

“혁신에도 순서가 있다”

이런 한국 스마트팩토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다시금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연자들은 강조했다. 이용관 수석은 “인더스트리 4.0은 스마트서비스(Smart Service)와 스마트물류(Smart Logistics), 스마트 프로덕트(Smart Product), 스마트팩토리로 나뉜다”며, “이 중 독일은 하드웨어 제조업 중심의 히든챔피언 기업이 무려 1,307개에 이른다. 그래서 스마트팩토리를 중심에 잡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히든챔피언은 23곳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수석은 “지멘스나 보쉬 같은 스마트팩토리 공급기업들이 솔리드엣지 같은 솔루션을 모델링하고 하드웨어와 연결해 CPS(사이버 물리 시스템)나 디지털트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밸류체인의 철학 없이 접근한 채 MES만 빨리 깐다고 스마트팩토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스마트팩토리 추진을 위해서는 △정보통신 기술로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통합(Connected)하고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맞춤형(Personalized) 제품을 대량생산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분권화된 자율화(Decentralized, Autonomous)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그는 통합을 위해서는 5G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맞춤형을 위해서는 고객에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3D프린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분권화를 위해서는 6축 다관절 로봇과 모듈형 설비, 복합 프로세싱을 구축해야 하며, 자율화를 위해서는 AI를 도입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이 수석은 “스마트팩토리는 이 4가지를 기반으로 100만 종류의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면서 대량생산 가격에 맞출 수 있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라며, “AI와 5G 기술이 들어와 자동화하지 않으면 절대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혁신은 그냥 혁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낭비를 없애고 예지보전과 무결점, 낭비 제거 등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돼있지 않은채 뿌리부터가 썩어있는 상태에서 중소기업이 혁신을 하기는 어렵다”고 힘주어서 말했다.

이용관 수석은 제조용 로봇(Robot)과 AI, 5G(Five G), 3D프린팅(Three D Printing) 등 RAFTing 기술이 진정한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dreamstime]

B2B의 분산화, B2C의 제조시스템 도입

한편, 현장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도 크게 이뤄지고 있다고 이 수석은 말했다. 그는 “B2B은 점점 사전계획이 중요해지면서 라인설계의 민첩화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OEM/OED 대응이 유연해지고, 모듈 구조가 세분화, 복합화가 될 것이며 B2C 사업과의 연계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B2C 분야에서는 “제품과 제조시스템, 서비스 연계성이 강화되면서 매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3D 프린팅 등으로 직접 제조해주는 ‘고객 중심의 엔드(End) 공정’으로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화장품이나 제약의 경우 모듈화가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이 수석은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였던 ‘스피드팩토리’가 실패한 이유도 엔드 공정이 스토어에 있어야 했지만 공장 내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제조와 서비스가 연계되지 못한 탓”이라며, “앞으로는 자재공급이나 로지스틱스(logistics) 등의 티어가 약해지고 물류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B2B와 B2C가 결합된 스마트팩토리의 추진사례들도 소개됐다. CSF(Connected Smart Factory) 실현을 위해 핵심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인 모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조용주 연구원은 국내외 맞춤형 제품들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어에 설치돼있는 미니 미용공장의 모습. Skinmade는 이 기기를 이용해 7분만에 맞춤형 스킨 크림 한 병을 만들 수 있다. [사진=Fraunhofer IPA/Rainer Bez]

한 사례로 독일 화장품 회사인 Skinmade는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 IPA에서 분사한 곳으로, 바로 현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원료와 병 등을 선택하면 수 분 안에 자신만의 스킨 크림을 가질 수 있다. 이밖에도 도심형 스피드팩토리를 구현하고 있는 아람휴비스나 Within24 등도 개인맞춤형 제품생산으로 패션과 ICT를 융합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조 연구원은 “Capgemini Digital Transformation Institute가 조사한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팩토리의 산업별 추진현황을 보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구성요소들은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자동화 로지스틱스나 협동로봇, 물류 추적시스템 등 하드웨어 중심의 구성요소들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연구원은 “스마트팩토리의 이런 생태계를 이해하고 좀더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세금혜택 △제조업체들의 새로운 기술과 제도의 도입 △기술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전 △벤처캐피탈의 과감한 지원 △학계의 활발한 R&D 등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앞에서 살펴봤듯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 중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더스트리 4.0을 위시한 스마트팩토리 구현은 단순히 생산성 향상이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KT의 김진수 팀장은 “스마트팩토리 추진의 가장 근원적인 목적은 데이터 활용에 있다”며, “기업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운영 프레임워크의 기반이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팩토리의 범위와 분야는 생산자원(4M2E, Man, Machine, Material, Method + Energy, Enviornment/Safety) 등으로, 주요 분야도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품질관리, 에너지절감, 인력 최적화, 안전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있다”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AI나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하며, 운영, 피드백하는 것까지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관 수석도 “인더스트리4.0은 개인맞춤형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인식을 이제 제조업계가 가져야만 한다”며, “제조혁신의 시작은 제조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부터”라고 강조했다.

[김관모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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