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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日 수출 규제, 국내 경제 위협 요소와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가마우지’에서 ‘펠리컨 경제’로 도약하는 계기 삼아야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지난 7월 초 일본 정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 수출시 의무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결정했다. 또한 일본 각의에서는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수출무역관리령의 시행이 오는 8월 28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이후에야 다양한 산업에 걸쳐 일본 무역 규제의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산업의 젖줄로 불리는 제조업에 큰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사실상 ‘무역 보복’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사진=dreamstime]

무엇보다 엄격한 수출통제제도

각 나라는 수출통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해서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의 경우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WA, MTCR, NSG, AG)와 3개 조약(NPT, CWC, BWC) 가입 여부, 캐치올 통제 도입 여부를 요건으로 화이트리스트 국가를 지정한다.

WA란 바세나르체제(Wassenaar Arrangement)로 재래식 무기 및 무기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산업용 물자가 분쟁다발지역, 테러지원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총기류 및 폭탄 등 군용물자와 소재와 기계 등 이중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 주로 통제 품목에 이름을 올린다. MTCR이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로 대량파괴무기(WMD) 운반시스템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다. 무인 항공기 시스템 및 관련 미사일 부품 등이 주로 이 체제에 영향을 받는다.

NSG란 핵공급그룹(Nuclear Suppliers Group)을 의미한다. 핵 관련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들의 수출 통제 가이드라인이다. 핵물질, 원자로, 우라늄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포함해 공작기계도 여기에 포함된다. AG란 오스트레일리아그룹(Australia Group)으로 생화학 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설비, 원료 물질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화학 물질 자체와 물품 제조 설비 및 장치 등과 연결된다. 결국 식품과 목재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와 3개 조약에 따라 국가간 이동에 따른 제약을 받는 셈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3개 조약에 이미 가입했으며, 4대 수출통제체제에도 모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또한 전략물자관리원 등 정부부처 및 기관을 통해 다양한 물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안보적 사유’를 내세워 수출 통제에 나섰고, 이후 일본 정부는 ‘안보적 사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결정이 사실상 ‘무역 보복’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출 규제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사진=dreamstime]

화이트리스트 배제,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합의한 품목을 반영해 총 1,120개 품목을 전략물자로 지정했다. 이러한 전략물자는 민감품목과 비민감품목으로 나뉘며, 미사일과 바이러스, 우라늄, 원자로, 군용차량 등 민감품목의 경우 외국으로 수출시 화이트리스트 여부와 상관없이 일본 정부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민감품목은 화이트리스트 국가도 일본 정부의 허락이 있어야 수입할 수 있다.

우리가 문제인 상황은 바로 비민감품목으로 지정된 857개 항목이다. 전략물자 중 비민감품목의 경우 화이트리스트와 非화이트리스트의 차이가 크다.

화이트리스트 국가의 경우 일반포괄허가만 받으면, 수출의 제한이 없다. 일반포괄허가의 경우 유효기간이 3년이며, 통상 1주일이면 서류 처리가 가능하다. 신청 서류도 허가신청서와 판정 및 총괄 책임자 등록증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우리나라는 일반포괄허가 제도를 활용해 비민감품목 물자를 수입할 수 없다. 특별일반포괄허가나 개별허가를 거쳐야만 해당 물품을 들여올 수 있다.

우선 특별일반포괄허가는 ICP 기업만 사용할 수 있다. ICP 기업이란 전략물자 관리에 있어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기업(Internal Compliance Program)을 뜻한다. 일본 기업 중 CP 등록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규정(ICP)을 마련해 경제산업성에 신고하면,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내부규정수리표 및 자율관리체크리스트를 활용해 해당 기업의 인증을 허가한다. 유효기간과 수출입 서류 처리 기간 등은 일반포괄허가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출 규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과 거래하는 일본 업체가 이미 ICP 인증을 받았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ICP 인증을 획득한 일본 기업의 목록을 모두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략물자관리원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기업 중 ICP 기업은 약 1,300여개에 그친다. 이중 경제산업성에서 공개한 기업은 단 632개다. 결국 한국 기업이 일본 생산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일본 거래처가 ICP 인증을 획득한 회사인지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또한 ICP 인증을 획득했더라도 때에 따라 특정수출자승인서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ICP 인증을 받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더불어 전략물자이기에 제3국을 통한 수출입도 엄격하게 관리된다. 수출입을 신청할 때 최종 목적지를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3국을 거쳐 수입하더라도 최종 목적지가 非 화이트리스트 국가인 한국이라면, 앞서 언급한 특별일반포괄허가나 개별허가를 거쳐야만 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수출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규제를 심각한 위기이자 도전이라고 인식하며,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존의 일본 거래처가 ICP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다. 결국 이 상황에는 수출입시 일본 정부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허가를 받으려면, 수출입시 허가 신청서를 비롯해 신청 이유서 또는 신청 내용 명세서, 계약서 등이 필요하다. 수출입 서류 처리 기간도 90일이며, 수출입 인증 유효기간도 단 6개월에 그친다. 최악의 경우 수출입 서류 처리 기간이 1주일에서 90일로 늘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종의 경우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의무화 품목으로 지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허가 신청서와 허가신청 명세서, 계약서, 통제목록과 사양 대비표, 카탈로그 및 사양서, 수요자 사업내용 및 존재 확인을 위한 서류, 수요자 서약서 등 7~9개의 서류가 필요하다. 해당 물품 수출입 신청도 경제산업성 본성에서만 받으며, 서류 처리 기간도 90일이나 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절차는 훨씬 복잡해졌고, 기간도 많이 늘어났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우리나라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분석하는 이유다. 즉 일본 정부의 입김에 따라 한국으로의 수출 기간을 현저하게 느리게 만들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된 셈이다.

물론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무역을 활용한 일본의 공격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계 부품, 산업용 로봇 등 일본 의존도가 현저하게 높은 핵심 소재 및 부품을 반도체 소재 3종과 함께 개별허가 의무화 품목으로 지정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기계, 화학, 섬유, 전자정보통신 등 모든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5G 등 정부가 새롭게 육성하려는 미래신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현재는 물론 미래 먹거리까지도 타격을 입는 셈이다. 정부가 일본의 이번 조치를 한국의 미래 성장 방해로 규정하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배근태 사무관도 “사실 정부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시작으로 일본이 개별허가로 지정할 수 있는 품목들이 상당히 많다. (개별허가 예상) 물품 명단과 개수를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일본 정부의 결정은 우리 입장에서 외부 변수다. 우리가 당장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내부 변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일본의 추가 결정을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추가 대체처를 함께 찾거나, 우리나라에서의 통관 절차를 빨리하는 방법들을 고안했다. 수입 지연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을 경우 금융 지원을 하는 대책도 포함됐다”며, “개정된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되는 8월 28일 이후 실질적인 피해가 구체적으로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산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먹이를 나눠먹는 펠리컨처럼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진=dreamstime]

‘위기는 곧 기회’, 가마우지에서 펠리컨으로

일본과의 무역 분쟁을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제무역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이번 사태를 통해 일본이 언제든지 정치나 외교 문제를 경제와 무역 분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이전처럼 독도 문제, KADIZ, 한일어업협정, 조선인 강제노역, 위안부를 비롯한 전쟁 성범죄 문제 등을 통해 꾸준히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광복절을 앞둔 지난 8월 12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순하다. 바로 산업 구조의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특정 제조업 육성에서 벗어나 소재부품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제조업의 수준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생산설비 확대, 자금 및 세제 지원, R&D 강화 등 다채로운 중장기 정책들을 쏟아낸 이유 역시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제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직접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나 ‘펠리컨 경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가마우지 경제란 한국의 수출구조에 대한 취약점을 가마우지 낚시에 빗댄 말로 한국이 핵심 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입한 탓에 정작 수출에 따른 이득이 일본에 돌아간다는 뜻이다. 우리의 수출이 증가하면,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펠리컨은 먹이를 남이 아닌 자신이 먹거나 혹은 새끼에게 나눠준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산업 구조를 일본에 의지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이 비유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의 산업 자립화 의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독립을 공표했다.

지난 8월 2일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은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환경 규제와 노동 규제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R&D 투자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영향에 대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국민들과 힘을 합쳐 이번 위기를 일본에 대한 가마우지 경제 체제의 고리를 끊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의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큰 위기로 인식한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 역시 대중소기업 간담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번 사태로 발생한 소재부품장비의 수급 위기를 해당 산업의 ‘국산화’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통해 산업 구조의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했다. 마치 부리 주머니를 통해 자신의 새끼와 먹이를 나눠 먹는 펠리컨처럼 외부에 이익을 빼앗기지 않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위기를 오히려 제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을지 이목이 쏠린다.

[최기창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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